전체 글(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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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주는 마음
세차 하느라 차 안에 있던 것들을 모두 꺼냈던 물건들을 도서관 주차장에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집에 오면 바로 주차장으로 넣기 때문에 마침 생각하고 있던 참이고, 차 문을 열고도 여유있게 정리를 하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앞 좌석 서랍에 다 넣고 가려고 뒤를 보니 옆 차 운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아마 쭉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그중 단연코 사람들이 기다려주는 인내심에 매번 감동과 감탄을 한다. 오늘 일만 해도 나 같았으면 비켜달라고 하고 이미 내차로 출발했을 것이다. 거기에 여기서 정리를 하니마니 하고 불평도 늘어놓았을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설사 파란불로 바뀌었는데 출발하지 않고 있더라도 뒤에서 기다린다. 출발할 때까지. 이런 태도..
2026.09.20 -
사람 착하네
지금보다 예전에는 '사람 착하다'는 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 사람을 구해줄 수 있는 마패같던 때도 있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를 통해 지금의 그를 인정해 주는 신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관계의 폭이 좁던 시절에는 그 말이 일리가 있었을 것이나 지금은 모두가 박사인,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실재로 자기가 겪어보지 않았다 할지라도 보고 들은 것이 많아 때론 자기자신마저도 진정 그것이 내 것인지 한번쯤 확인을 해야만 한다. 그럴진대 착한 사람은 아무런 여과도 없이 말을 쏟는다. 그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의미로 닿아 얼마만큼의 파장이 있을 것인지 전혀 안중에도 없다. 그는 착해서 악의가 없으므로 그것까지 생각하고 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솔직함이 아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
2026.09.16 -
인생의 교관
감기가 걸리기 전에 증상이 있다. 재채기를 하고 꼭 한번 지나가는 것처럼 기침을 한다. 어쩌다 나온 기침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러다가 두 세번을 하게 되면 아차, 싶다. 이미 감기 초기인 것이다. 그때부터는 약을 먹어도 감기 기세를 이길 수 없다. 일주 혹은 이주일은 꼬박 고생을 해야한다. 어제는 초기 대응을 하려고 시럽약을 용량대로 먹었다. 뜨거운 날에 뜯어놓은 푸성귀처럼 하릴없이 온 몸이 노곤해져 주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의자에서 졸다가, 소파로 가서 널브러져 있다가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약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일찍 자고 말았다. 이때 만일 도둑이 들거나 불이 난다면 약기운이 언제냐는 듯 벌떡 일어났을 것이다. 인생에도 천적이 필요하다. 나를 긴장시키고 억 춘향이라도 할 수 있도록..
2026.09.15 -
이혼
요즘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세기의 이혼때문에 강건너 불구경이 생겼다. 재벌회장이 파격적인 이혼을 하고 또다른 기업인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빈손과 맨몸으로 만나 일구어 냈는데 엄청난 부를 이루었는데 결국 이혼을 하려고 한다. 어떤 부정이나 유책이 없음에도 오랜기간 따로 살았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은 아득하겠지만 시작은 정말 사소했을 것이다. 그렇게 무시한 사소함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고 일반 사람들은 세어보기도 어려운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이 오르내린다. 영상을 켜면 큰 돈들이 난무해 머리가 어지럽다. 돈이 중허긴 헌디, 따로 있을 법한 더 중한 것이 무엇일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2026.09.11 -
늙어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철도 함께 들어가면 좋겠으나 그것은 바람일 뿐 반드시 불가분의 관게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찌된 것이 말 한마디 심지어 단어 하나, 혹은 말투까지 들어야 할 말은 ㅈㄹ 듣지 못하는데 이런 쓸데없는 것들은 어찌나 잘 들리고 ㄴ껴지는지. 말이란 서로의 정보교환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기에 서로 상대가 잘 들을 수 있도록 정확하게 말을 해 주는 것이 기본이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말을 하고 나서도 내 뜻이 잘 전해졌는지 확인만 하더라도 오해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말으르 했으니 알아들었겠지라는 추측을 하기 보다는 확실하게 전달이 되었는지를 한번 더 집어보는 일이 중요하겠다. 말이란 흔적이 남지 않아 나중에 설왕설래할 수 있는 불씨를 남길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나이..
2026.09.09 -
너와 나
"이 한 끼의 식사가 내게 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비와 바람과 햇빛에 이르기까지 감사하다"는 기도문이 있다고 한다. 비단 끼니뿐 아니라 살아 가는 자체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면 서로 존중하고 지켜주려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너와 내가 다르되 다른 것이 아닌 다른 나인 것처럼 서로 보완하며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생각은 찰나에 그치고 나를 위한 마음이 더 크고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안다. 심지어 가족끼리도 사소한 것으로도 크게 다투는 경우가 있고 생면부지 남인데도 아까워하지 않고 베푸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어떤 가족은 학교, 집 등을 모두 무상으로 누리고 있다. 그네는 나라가 전쟁하고 있다는 이유로 어찌보면 혜택을 받고 있는 경우다. 그 가족은 우연한..
202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