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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의 마음에 그리움보다는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차 있음을 안다는 것은 슬픔과 좌절 뿐 아니라 수치심을 갖게 한다. 더구나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겨 주는 고마움을 더한다면 듣는 사람의 마음의 등불을 꺼버리는 일이다. 서로에게 슬픈 일이다. 늘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고,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있음을 믿고 있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그곳에 원망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게 된 순간은 말할 수 없는 절망스럽다.
2026.10.29 -
수수관계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듯이 모든 것은 수수하는 관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주고 받는 그 사이에 엄청난 비밀이 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둘만의 비밀이 있지만 기억을 못한다는 이유로, 혹은 기억하기 싫어서, 또는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서 그 비밀을 꺼내놓기를 꺼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만약 돈거래라고 한다면 주었던 사람과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주었다는 사람의 금액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던 상해이던 다투었던 사이라면 자기가 주었던 말과 행위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자기가 받은 것만을 소리높여 얘기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주고받는 사이에서 좀더 솔직하게 자기것과 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인정한다면 문제는 쉽고 빠르게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26.10.28 -
끊는다는 것
물줄기를 돌리듯, 흐르는 마음을 일부러 끊어보려 애를 써본다. 마음과 물은 본디 성질이 같나보다. 가만 두면 제 가고 싶은 곳으로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것이. 때로는 길잃은 물은 땅속으로 스며든다. 마음도 이와 같다. 어찌해야 할 지 모를 때는 가장 깊은 곳에 마가둬버린다. 가두다 가두다 그 마저도 힘이 들면, 아니 가득차면, 넘치는 마음을 이길 수 없어 끊어야 할 때임을 알게 된다.
2026.10.27 -
잠자리 드는 시간
잠자리에 들 시간이면 마음에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낮 시간의 번잡함, 소란함, 다툼 등은 이제 어둠 속에 묻힐 것이다. 그렇다기 보다는 깊이 잠들게 되면 의식하지 않으니 다행인 것일 것이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처지는 날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당겨진다. 누워있는 것이 이리 편하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요즘처럼 밤이 짧을 때는 조금 이른 시간에 자는 일이 그다지 염치없어 보이진 않는다. 낮이 긴 여름날에는 아파서 누우려해도 창 밖이 환해 계면쩍기도 했다. 방의 불을 끄고 내다 보는 바깥은 어릴 적 시골에서 보았던 풍경이다. 사방이 모두 캄캄한 밤중이다. 간간이 들리는 자동차 소리마저 없다면 어둠과 정적 뿐일 것이다. 뒷뜰 너머 이웃들도 모두 잠이 든 모양이다.
2026.10.24 -
성장통?
먼 길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글을 쓰는 일이 한 달되었나 보다. 몸은 그 자리에 있었으나 마음이 먼 곳을 다니느라 생각을 정리하고싶지가 않았던 것임을 고백한다. 연유를 알 수 없이 불쑥 알 수 없는 병처럼 내게 찾아오는 나를 처지게 만드는 무력감을 이겨야겠다고 생각만 할 뿐이다. 돌아와서 보니 꽤 긴 시간이 흘렀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기를 때 애기가 아프면 속을 끓이곤 할 때, 아기가 크려고 아프는 것이라고 할머니께서 그러셨다. 그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종의 성장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방황도 성장통처럼 내가 성장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어본다.
2026.10.18 -
기다려주는 마음
세차 하느라 차 안에 있던 것들을 모두 꺼냈던 물건들을 도서관 주차장에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집에 오면 바로 주차장으로 넣기 때문에 마침 생각하고 있던 참이고, 차 문을 열고도 여유있게 정리를 하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앞 좌석 서랍에 다 넣고 가려고 뒤를 보니 옆 차 운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아마 쭉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그중 단연코 사람들이 기다려주는 인내심에 매번 감동과 감탄을 한다. 오늘 일만 해도 나 같았으면 비켜달라고 하고 이미 내차로 출발했을 것이다. 거기에 여기서 정리를 하니마니 하고 불평도 늘어놓았을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설사 파란불로 바뀌었는데 출발하지 않고 있더라도 뒤에서 기다린다. 출발할 때까지. 이런 태도..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