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1. 15:45ㆍ카테고리 없음
딸과의 갈등, 그리고 내 안의 싸움
딸과의 부딪힘은 삶을 송두리째 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다. 내 삶을 전복시켰던 과거의 두려움이 여전히 물귀신처럼 따라붙는다. 딸과 남편은 물론 다른 사람임에도, 그 사람과 똑같은 말투나 사고방식은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나는 미친 듯 분노의 비명을 질러대고, 후회는 이미 강 건너간 지 오래다. 감정을 마구 쏟아낸 뒤에야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땅을 친다. 쌓이고 또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은 이제 진흙처럼 단단하게 가라앉아 버렸다. 이제는 끝내야 할 싸움임을 알지만, 불꽃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치유의 시간
격주에 한 번, 손자 학교에서 미술 수업 자원봉사를 한다. 아이들은 해처럼 밝고 꽃처럼 사랑스럽다. 그 밝음에 내 우울함도 어느새 사라지고, 미소 짓게 된다. 자원봉사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아이들이 모여준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아이들은 서로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말을 걸기 위해 경쟁하듯 다가온다. 이번 주 활동은 '머리카락 붙이기'였다. 얼굴 모양만 그려주고 눈, 코, 입을 그린 다음, 색종이를 찢어 머리카락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일부러 머리카락으로 쓸 색종이는 색색으로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마다 개성 가득한 머리카락을 만들어냈다. 그 창의력은 어른인 나의 상상을 넘어 섰다.
부모의 자리, 변해가는 관계
부모는 언제나 자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 한다. 그 누구도 자식이 잘못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자식이 성장하고 나면 부모는 구세대가 되고, 자식의 인식과 지식은 부모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상황은 바뀌고, 부모는 점차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다.
이 변화는 부모로서 괴리와 상실, 그리고 섭섭함을 느끼게 한다. 나 역시 그것을 알고 있고 인정하려 애쓰고 있지만, 날마다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너무도 지쳐간다. 물론 딸도 지칠 것이다. 내가 아이들처럼 얼굴을 그리고 머리카락을 붙인다면 어떨까?이것도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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