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루나 미용실

2025. 6. 30. 13:38카테고리 없음

미국에 오기 오래전, 아이들을 키우며 책을 통해 접한 미국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나라’였다. 특히 미용이 대표적이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것은 여전하다. 그래서 이민 오기 전, 미용 기구와 펌 약까지 모두 챙겨왔다.

손자 머리는 서울에 있을 때부터 잘라 주었는데 아직은 어리니 조금 삐죽삐죽 깎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다. 나는 서울에서 펌을 하고 왔는데, 머리가 짧다 보니 금세 지저분해졌고, 그걸 참지 못한 나는 혼자서 두 번 연달아 펌을 했더니,

결국 머리카락은 버티지 못하고 푸석푸석, 꼬슬꼬슬 망가졌습다. 한번만 더 하면 뿌리까지 타버릴 것처럼  손상된 머리카락은,잘라냈음에도  아직도 상한 머리카락이 불에 타다 만 것 처럼 남아 있다.

이제 이곳 생활도 1년이 되어가니, 동네 구석구석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다. 낡은 미용실 하나를 발견했는데,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고 낡았다. 아마 이민 와서 개업한 이후로 쭉 운영해온 곳이 아닐까 싶습다.

결국 내 머리는  달애가 바리깡으로 손질해 주고, 나는 딸아이 머리를 잘라주었다. 곱슬머리라 자를 때마다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분명 반듯하게 잘랐는데도 머리카락이 휘어져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오곤 해서,반듯하게 자르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쥐가 뜯어놓은 것처럼 들쑥날쑥해진다.

미용실에서 날마다 손님 머리를 자르는 것도 아니고,일년에 몇번 가끔 머리를 자르는 것 만으로 실력이 능숙해질 순 없다.하지만 그래도 자른 후 보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긴 하다.

이곳 미용실이 얼마나 비싼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미용실을 찾는 것 자체가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다. 게다가 차로 움직여야 하는 미국 생활에서는, 어디를 가든 반나절은 기본으로 걸립니다. 그에 비해 집에서 머리를 자르면 금방 끝나니 성격 급한 우리 가족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그러고 보니 미국 오기 전,연습 삼아 딸의 펌도 했었다. 오늘 한 컷과 펌의 속도와  솜씨가 최고의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볼 만한’ 정도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