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3. 14:26ㆍ카테고리 없음
승인을 받기 위해 컴퓨터에 접속하고 또 접속해도, 해도 해도 풀리지 않는다. 마치 아주 먼 옛날, 알지도 못하는 길을 북두칠성 하나에 의지해 걸었던 때처럼 막막하다. 이리저리 들어가 보고 또 들어가 봐도 방향은 알 수 없고, 한참 뒤엔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 하는 허탈함만 남는다. 무지하다는 건 참으로 좌절스러운 감정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채 그저 갑갑하기만 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고, 또 포기해서도 안 되는 마음이다. 객기도 아니다. 지금 이 좌절을 어떻게든 넘어서야만 한다는 절박함뿐이다. 그러나 앞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누군가가 도와준다고 나서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더 답답하다. 내가 해온 과정을 설명하느니, 차라리 그 사람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편이 더 빠르고 편하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내가 만든 것이 아니게 되고, 나는 또다시 그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결국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 그리고 누구도 나를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그래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하기 위해, 처음으로 돌아가 천천히,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독이며 해보려 한다. 물론 이건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지만,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문제들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없고,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결국 모든 일은 내가 직접, 하나하나 해나갈 때 조금 더딜지라도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