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익숙함
듣고 익혀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오는 말과 행동,그리고 익숙함에서 비롯되는 불합리한 것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반복되어야만 이루어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그중의 하나가 말일텐데 어떤 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말을 반드시 바른 방향으로만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써 오진 않았을 것이다.늘 언제나 꾸준하게 필요에 의해 습관적으로 들었던 말을 상황에 따라 들은 대로 뱉었을 뿐인 것이다.늘 들었던 소리는 드디어 내 귀에 익숙해지고 나도 모르게 익혀진 그 소리는 말이 되어 나오게 된 것이다.누가 그걸 모르겠냐며 핀잔을 들을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서울을 떠나 여기 미국에 와서 오늘에야 알게 된 것이다.언어를 공부하다 보면 말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닥치면 떠오르는 말이 없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어버버만 하게 된다.게다가 내가 하는 말을 여기 사람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것이다.나도 내가 이미 알고 있던 말은 알아 듣겠는데 아예 귓가에도 부딪치지 않은 말들이 더 많다.그런데 오늘은 성가 구절이 드문드문 들렸다.오늘은 내 귀가 좀 더 예민한가?지난 9달 동안 정기적으로 들어왔던 소리에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 지나보다.말이 들리고, 들었던 말이 나의 언어가 되기까지지는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린다.물론 아이의 경우는 다르다. 처음엔 아무 말도 알아듣지 못했던 귀가 어느새 익숙한 리듬을 알아차리고, 한두 마디가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영어를 글자로 배운 세대이다.그러다 보니 여기 오기 전 접했던 영어란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배우들이 하는 말이었다고 할 수 있다.영어가 늘지 않아 늘상 주눅이 들어 있다가 내가 영어에서는 `애기`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나는 여기 온 날부터 1살이니 듣기만 하다 어느 날 말문이 터지는 돌쟁이처럼 나도 그럴 수 있도록 용감하고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야겠다. 언어란 결국, 이해가 아닌 익숙함에서 먼저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동안은 ‘공부’라는 방식으로 언어를 대했지만, 이제는 `익숙함과 습관`이라는 면에서 새롭게 접근을 해야겠다.
모두 다 알아 듣지는 못한 성가였지만 아! 하는 깨침으로 한 발짝 나아갔다.그런데 요 며칠 동안 영어를 통 듣질 못해 꾸준함과 익숙함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