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표면?
보통 사람 관계에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달갑지 않게 여겨진다. 진심을 감추는 사람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경계한다. 그런데도 안팎이 너무 달라도 좋아하게 되는 게 하나 있다. 아마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 정답은 ‘수박’이다.
수박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겉은 초록인데 속은 빠알갛게 잘 익고, 달콤한 즙이 줄줄 흐르니 황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르게 쪼개보니 속이 허옇고 물기도 없다면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이처럼 안팎이 전혀 다를 때 수박의 진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바로 청자와 백자다. 그중에서도 청자는 신비하고 깊이 있는 푸른빛으로 유명하다. 외국에서도 소장하고 싶어할 만큼 그 빛깔은 특별하며, 청자의 아름다움은 겉모습으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 스며든 역사와 정성이 내면의 깊이로 이어진다.
어릴 적 우리는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면을 곱게, 부드럽게, 공손하고 인내심 있게 가꾸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닦은 내면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꺼내야 할까?’
유튜브에서 아트페어를 소개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영상 속 한 작가는 “사람들은 내면의 깊이를 모르고 표면적인 아름다움에 끌린다. 그래서 관심을 끌어 보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한다."고 했다.
꼭 짚어 ‘깊이’라고 표현은 하지 못할지라도 사람은 자신의 감성을 흔드는 정서와 부딪힐 때 그 깊이와 느낌이 전해진다. 그것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인지, 그것이 단순한 ‘보기 좋음’을 넘어서 있다는 것을. 물론 누구나 느끼는 건 아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예술은 인고의 작업이다.
내가 나를 넘어서고, 나를 이겨내는 일인 것이다.
마치 구도자가 하는 수행과 다를 바 없다.
시간을 죽여가며,나를 갈아가며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안에서 꿈틀대는 나를
표면 위로 끄집어 내는 것이다.
때로는 어지럽게,
때로는 정돈되게.
바로 그것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다.